220402 토요일의 잡담
나는 카페를 좋아한다. 원래는 커피를 좋아해서 좋아했지만, 지금은 카페에 가면 여러 사람을 볼 수 있어서 좋아한다. 술과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나는 커피와 담배를 끊지 못했었다. 그중 커피는 마지막 보류였다. 뇌종양 수술 이후에 항암 치료를 들어갈 때, 처음으로 물어본 질문이 커피를 먹어도 되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항암 치료를 쉬는 휴식기에 한, 두 잔은 괜찮다는 대답을 받고는 6주에서 두 달 안에 두 잔정도의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는 내가 항암 치료 중에는 커피를 못 마시게 되자마자 친구들과 잡은 약속을 위해 카페를 가도, 마실 것을 고르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뇌종양 이후 말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언어치료를 하는 중이라 주문을 하는 것도 힘들었다. 카페의 메뉴의 이름이 왜 이리 어려운지.
그 덕분에 내가 마시는 것은 유자차와 복숭아 아이스티가 되었다.
가끔 약속을 위해 간 카페에 먼저 도착하면 문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주문할 메뉴의 이름을 열심히 중얼되면서 연습을 하고 들어간다. 항상 주문대에 서면 긴장감을 갖고 말을 하는데, 연습을 해도 말이 계속 꼬일 때가 있다. 그날은 내 컨디션이 안 좋았을 수도 있고, 긴장감이 너무 넘쳐나는 날 일수도 있다. 그럴 때 주문을 받는 사람(아르바이트나, 점장, 사장이든 누구라도)의 반응을 보고 나중에 또 방문할 것인지, 아닌지가 결정되었다. 기분이 나쁘다거나, 태도가 안 좋다는 것이 아니고 말을 잘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부끄럼 때문에 발걸음이 안 떨어졌다. 지금은 부끄럽기는 하지만, 여러 번 말한다. 말이 잘 안 되는 날의 발음은 누가 보더라도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그 상황에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철판을 깔아버린다. 사실인데, 뭐 어떤가. 나아지려고 치료를 받는 사람에게 더 바라는가. 그래도 부끄럽기는 하지만 말이다.
카페에 있다 보면 여러 사람이 있다. 연인, 친구, 공부하는 사람, 보드 게임 동호회, 가족 등 친한 사람과, 욕하고 싸우는 사람도 있고, 소개팅으로 처음 보고 인사를 나누는 사람도 있다. 수술 이후 집과 병원만 반복적으로 가는 내가 가장 많은 사람의 모습 보는 곳이다.
아마, 이래서 나한테 카페는 부끄럼을 안고도 갈 가치가 있는 곳이지 않을까 한다.